폴 토마스 앤더슨(PTA) 감독이라는 이름은 이미 영화계에서 하나의 장르를 구축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늘 깊이 있는 서사와 독창적인 연출로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았죠. 그런 그가 첫 번째 IMAX 영화이자 블록버스터급 액션 스릴러를 선보인다는 소식에 전 세계 영화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마저 “정말 미친 영화다. 모든 것이 최고”라며 극찬했다고 하니, 그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섭니다. 폭발적인 카체이싱과 치밀한 추격전이라는 장르적 스펙터클 속에 미국 사회의 분열, 권력의 폭압, 인종 문제 등 묵직한 정치적 풍자를 녹여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여기에 블랙 코미디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16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할 틈이 없다고 하니, 벌써부터 좌석에 몸을 파묻고 싶어지는군요!

▲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강렬한 스틸컷. 거장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영화는 과거 급진 혁명 조직 ‘프렌치 75’의 핵심 멤버였던 밥 퍼거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혁명의 실패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은둔하며 살던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세상 누구보다 소중한 딸, 윌라 퍼거슨 (체이스 인피니티)뿐입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죠. 과거 혁명 조직의 숙적이자 현재는 권력층에 올라선 스티븐 J. 록조 (숀 펜)가 윌라를 납치하면서, 밥은 16년 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뜨겁고 절박한 추격전을 시작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망가지면 영화는 흥행한다”는 불변의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 것 같습니다. 기존의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허약하고 무너졌지만 딸을 향한 절박한 부성애만은 잃지 않은 아버지 ‘밥 퍼거슨’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고 합니다. 숀 펜이 연기한 탐욕적이고 섬뜩한 숙적 ‘록조’와의 대결 구도는 영화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관객들에게 숨 막히는 몰입감을 선사할 것입니다. 영화 시작 30분과 마지막 30분은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몰입도 높았다는 평도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 밥 퍼거슨(디카프리오)이 숙적 록조(숀 펜)와 대치하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장면.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격투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속살은 사회 풍자의 전시장입니다. 영화는 지금의 미국 사회가 겪는 문제들을 매우 신랄하고 장대한 방식으로 스크린에 담아냅니다.

• 이민자 문제와 국경: 영화 초반, ‘프렌치 75’ 조직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이민자 구금소를 급습하는 장면은 국경 장벽 건설, 불법 이민자 수용소, 이민자 인권 탄압 등 트럼프 행정부 시대를 전후한 미국의 뜨거운 감자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 정화 사업: 숙적 ‘록조’는 단순히 악당을 넘어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 정화 사업을 상징합니다. 주인공 ‘밥’의 연인이자 딸 ‘윌라’의 어머니인 흑인 여성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에게 집착하는 록조의 이중적인 모습은 권력 내부의 위선과 혐오가 뒤섞인 욕망을 날카롭게 풍자하죠.
• 정치적 극단주의와 이념 분열: 영화는 가상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인종 순혈주의, 낙태 금지법 등 실제 현실의 극단적인 정치적 갈등과 이념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프렌치 75’의 행동은 사랑과 혁명의 동행을 이야기하며, 실패한 혁명 이후의 허무함과 새로운 저항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결국 영화 속 인물들의 싸움은 우리 사회의 문제와 직결됩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싸움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 싸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주인공 밥의 무너짐과 다음 세대인 딸 윌라가 새로운 저항의 불씨를 지피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혁명은 총을 들고 거창하게 외치는 것만이 아니라, 두려움을 넘어 자신의 자리에서 용기를 내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보통의 사람들이 이어가는 혁명일 것입니다.

▲ ‘원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단순한 액션을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